2. 아르브뤼와 버내큘러
1. 아르브뤼란?
브뤼(brut)는 '날 것의', '다듬지 않은' 등의 뜻을 가지며, 아르브뤼란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을 말한다. 1945년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가 정의 내린 개념으로, 아마추어 화가, 어린이, 정신질환자 등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순수한 형태의 미술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아르브뤼는 전통적인 기준과 규범에서 벗어나, 본능과 무의식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2. 아웃사이더 아트
아웃사이더 아트는 영국의 예술 평론가인 로저 카디널이 아르브뤼의 번역어로서 고안한 단어로,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사의 주된 흐름과 무관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장 뒤뷔페는 정신병동의 예술, 영매의 예술, 기타 소외 계층의 예술 등을 통해 아르브뤼를 연구했으나, 병증이나 사회적 고립과 같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정신병동의 예술과 동일시되는 것을 경계했다. 더하여 아르브뤼가 초현실주의, 나이브아트 등과 구별되기를 원했는데, 구분되는 특성들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1970년대 아르브뤼는 특이 예술, 규범 밖의 예술, 새로운 창작 등 많은 지류와 지파를 갖게되고, 90년대 시카고에 아웃사이더 아트의 전시, 연구, 홍보를 위한 단체 'Intuit: The Center for Intuitive and Outsider Art'가 설립되었다. 단체는 아트페어를 개최하거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와 독학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점차 제도권 미술과 비제도권 미술이 뒤섞이고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아르브뤼는 지역적, 개인적 특성을 강조하는 '버내큘러'라는 용어로 대체되기도 했다.
3. 버내큘러
버내큘러 디자인은 1857년 영국의 건축가 길버트 스콧이 처음 디자인 분야에서 사용했다. 버내큘러 디자인은 개인의 생활을 형성하는 일상적인 경험 영역의 디자인을 말한다. 즉 문화적 사물에 나타난 그 지역의 민속적 특성을 일컫는 표현으로, 고상하고 세련된 양식에 대조되는 개념을 가진다. 집에서 만들어졌거나, 전통적인 것, 시골이나 작은 도시의 전통적인 주거 형태 등 전문가에 의한 디자인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익명의 디자인, 민중의 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버내큘러는 어떠한 목적이나 필요로 인해 만들어지며, 익명의 누군가가 주변의 재료를 활용한다. 이에 개인적인 스토리와 투박한 위트가 가미된다. 그러나 버내큘러의 방식, 조형, 맥락을 차용해 만들어진 버내큘러 디자인은 버내큘러가 될 수 없다. 단지 버내큘러적인 디자인이 될 뿐이다. 모호함의 경계 속 아르브뤼와 버내큘러는 어떻게 미학이 되고, 적용되고, 활용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