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존속에 관한 질문

잡지는 플랫폼이 되었어요

runningforthings 2022. 6. 19. 13:57

1. 잡지

잡지란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산업·과학·종교·교육·체육 등 다양한 주제의 기사, 소설, 시, 사진 등을 모아서 펴내는 정기 간행물을 말한다. 매거진이라는 말은 1731년 영국의 '젠틀맨스 매거진'에서 처음 등장했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서는 잡지의 영향력이 높았는데, 패션 잡지로써는 1867년 창간된 미국의 '하퍼스 바자', 1892년 창간된 '보그'가 패션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인터넷과 방송매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잡지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폐간되거나 휴간되는 잡지가 많아졌다. 

 

어렸을 때 즐겨봤던 잡지로는 2007년 창간된 한국의 '크래커'가 기억이 난다. 한국 최초의 스트릿 패션 사진 전문잡지인 크래커는 2015년 9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었다. (뭔가 요즘의 잡지는 인테리어 용도로 자주 쓰이는 것 같은데, 그 시절에도 집이나 카페 등에 크래커 잡지를 장식해놓으면 괜히 뭘 좀 아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2. 온라인 커뮤니티와 패션 블로그

종이 잡지가 쇠퇴기를 겪고, 인터넷에 발달로 잡지가 수행했던 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많이 넘어왔다. 온라인 커뮤니티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게시글을 올리거나 댓글, 쪽지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가리킨다. '크래커'를 즐겨봤던 당시에도 패션 커뮤니티가 정말 성행했는데, 이제는 거대 기업이 된 무신사, 그리고 힙합퍼, 보나파이드, 스타일쉐어, 빅정보 닷컴 등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다.

 

(초창기 커뮤니티 기반의 스타일쉐어를 조금 즐겨했었는데, 간간히 웃긴 댓글이 달려 캡처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는 힙합퍼에 사진 찍히는 것이 약간 간지의 증거...였는데, 힙합퍼와 같은 스트릿 잡지에 찍히기 위해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홍대거리를 돌아다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많은 커뮤니티들이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이런 정겨운 느낌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 (아닐 수도) 또한 패션블로거가 운영하는 패션 블로그도 굉장히 성행했다. '스타일 루키' 블로그를 운영하는 타비게빈슨과 '스타일 버블' 블로그를 운영했던 수지버블이 기억난다. 현재도 오로지 자신이 입는 스타일로 유명해진 블로거가 있나? 찾아봐야겠다.)

 

3. 플랫폼 

플랫폼이란 생산, 소비, 유통 등 다양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어떠한 목적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의 네트워크, 산업생태계를 형성한다. 더하여 공급, 소비뿐만 아니라 단순 검색, 연구, 조사 등의 목적을 가진 사람의 참여를 유발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똑같이 커뮤니티로 시작한 힙합퍼와 무신사가 다른 방향성을 띄게 된 이유가 뭘까. 일단 무신사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플랫폼으로 확장을 진행했고, 성공했다. 

 

2000년 커뮤니티로 시작한 힙합퍼는 스냅샷 위주의 스트릿 웹진 형태의 스토어를 개설했다. 보다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며 자체 콘텐츠가 강하다. 2022년 기준 약 40억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2001년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패션 콘텐츠를 전하는 미디어이자 패션 브랜드 마케팅 채널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현재는 PB 상품 (무신사 스탠다드, 우신사 등), 무신사 매거진, 유튜브, 무신사 테라스, 무신사 스튜디오,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을 운영하며 기업가치 2조 5천억 원을 호가하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지널리티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유대감으로 인해 다수의 공감을 유발하지 못한다. 오리지널리티를 잘 보존하면서 서브컬쳐, 마이너장르를 메이저로 확장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끔은 본질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사업수완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이게 본질에 문제였으면 싶다. 낭만적인 이야기라기보단 결국 내가 사업수완이 좋지 못해서이기 때문이지만. 어찌 되었든 고인 커뮤니티는 성장하지 못한다. (사회적 책임, 세련된 브랜딩, 독창적인 스토리 그리고 발전하는 기술과 쫓아가야 되는 트렌드,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이 변화해 나간다. 광고의 장이 되어버린 플랫폼에 슬퍼하며 커뮤니티를 그리워하는 것이 그저 쫓아가는 것에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4. 플랫폼은 무엇이 될까요?

메일링 서비스가 다시 돌아왔다. 사실 꽤 됐다. 잡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주고받은 손편지부터, 자신의 생각을 담은 비평, 트렌드, 큐레이션, 소설, 시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1940년대에는 패션잡지에서 원하는 상품과 주문서를 잘라 돈과 함께 우편으로 보내는 주문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으로도 받아볼 수 있다. 무료인 서비스도 있고, 유료이거나 부분 유료, 구독, 정기구독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된다. 구독경제는 미국 클라우드 기업 CEO가 앞으로의 경제는 단발적인 구매와 판매가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 구독자에 의해 주도될 거라 예상하며 최초로 사용되었다.

 

옷 또한 정기적으로 구독하여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단순히 필요에 의해 입었던 옷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소속감과 유대감을 가지고, 문화가 되었다. 내가 직접 고르지 않고 누군가가 골라 보내주는 옷을 정기 구독한다는 건 필요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일까. 알고리즘을 통해 내 취향에 딱 맞는 옷을 AI가 골라줄 수도 있겠다. 잡지의 구독경제와 메일링 서비스, 커뮤니티의 충성도, 거기서 발전하는 공동구매, 개인마켓, 라이브 스트리밍 커머스, 알고리즘으로 인한 플랫폼의 맞춤화, 개인화까지. 또 다른 '본질'이 마케팅적으로 탄생되거나, 다른 것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이 될까? 앞으로의 패션 플랫폼은 어떤 것을 중심으로 변화해가고, 어떤 것이 성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