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존속에 관한 질문

발견되는 것

runningforthings 2022. 6. 23. 08:22

누가 먼저 발견하냐에 가까운 경쟁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발견되고 싶은 사람과, 발견해달라고 가만히 있는 사람, 발견하는 사람, 발견된 것을 고르고 편집하는 사람, 발견된 것을 보는 사람, 그리고 발견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물론 발견되고 싶지 않음을 마케팅하는 사람도, 브랜드도 있다.)

 

발견되고 싶은 사람(or 브랜드)은 어떻게 해야할까?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탑셀러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패션쇼를 연다. 당장에 DDP에 패션쇼를 세울 수 없다면 각종 행사나 다른 지역에서 주최되는 패션쇼를 참가한다. 이것도 안된다면 어느 한 공간을 빌리거나 길거리에서 게릴라 패션쇼를 열어도 좋겠다.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 한복 브랜드 지원사업 등 공공기관이나 사기관에서 주최하는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은 인스타그램이나 비핸스, 텀블러, 핀터레스트, 블로그, 개인 사이트 등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누군가의 발견을 기다리거나, 해시태그를 달고 DM를 보내 컨택을 한다. (처음부터 짠 하고 등장하는 사람도 종종 있으나 쉽진 않다. 그렇게 만들어줄 팀을 꾸리는 것도.) 

 

발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어느 정도 분야별로 발견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온라인으로는 VMEO, SOUND CLOUD, BEHANCE, MIDEUM 등 다양한 사이트가 있다. 이곳에서 해시태그를 검색하거나 끊임없는 디깅, 스크롤을 한다. 물론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등 다른 곳에서도 가능하다. 시간과 감각이 없다면, 최근에는 수많은 큐레이팅 사이트, 메일링 서비스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도 된다. 오프라인으로는 각종 공모전과 대회, 전시, 박람회, 포럼, 컨퍼런스, 패션쇼, 방송 등이 있다. 각 분야별 대표격으로 비엔날레, 콩쿠르, CES, 패션위크 등이 있다. (신춘문예는 어디로 분류해야 하지.) 물론 단지 걷다가 우연히 발견할 수 도 있고, 자신이 네임밸류가 있다면 저절로 컨택이 들어오기도 한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그리고 발견되고 싶지않은 사람이 있다. 발견되고 싶지않았던 사람 '비비안 마이어'는 2007년 그의 사진이 경매에 낙찰되고, 낙찰받은 사람이 그의 사진을 Flickr에 올리며 세상에게 발견되었다. 그는 15만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단 하나의 필름도 인화하지 않았다. 더하여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왜 발견되고 싶지 않았을까. 자신의 작업물이 부끄러워서, 발견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귀찮아서, 사진을 찍는 행위 말고는 아무런 관심도 의미도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타의로 인해 발견된 그는, 그의 사진 뿐만 아니라 그의 삶까지도 책, 영화, 전시, 프로그램 등으로 소비되어 평가당한다. 누군가를 위한 사진이 아니라는 그 순수성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기도 하며, 예술계의 오래된 논쟁에 불을 붙인다. 그의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해지기전엔 발견되길 거부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명세를 얻고 난 후엔 예술계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예술의 발견에는 어떤 의미와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예술은 정말 발견되어야 하나,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의 가치는 존재할까?라는 의문도 그에게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을 것 같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낸 것 그뿐,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발견될 수 밖에 없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 일까.)

 

(나는 발견되고 싶은 사람일까. 해시태그를 달고 DM, 이메일 등을 보내서 발견되는 건 왜인지 별로...라는 생각은 아마도 거절당하기 싫은 마음, 내 것이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작품과 나의 삶이 구별된다면 괜찮을지도.) 익명성을 좋아하고, 결국은 잊혀지길 바라는 마음도 같은 마음일까? 동시에 누군가를 위하지 않았다는 절대적 순수성을 가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순수성도 어떠한 결과가 있어야지만 정신승리나 합리화가 아니게 되는 것일지도. 어찌 되었든 평가당하는 삶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