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이코노미란 소비자와 크리에이터가 직접 연결돼 크리에이터가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감성과 취향이 자산이 되고, 큐레이팅 능력만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인스타그램이나 개인 블로그 등 감각적이고 느낌 있는 이미지를 주욱 늘어놓기만 해도 자산이 된다.
그 시작에 JJJJOUND가 있다. JJJJOUND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디자이너, 큐레이터, 크리에이티브인 저스틴 선더스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자동차, 패션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이미지를 편집하여 올려두던 개인 블로그다. 선더스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제목이나 글을 없애고 오로지 이미지만 업로드했다. 이러한 무드보드 형식의 블로그는 곧 유명해졌고, 매튜 윌리엄스, 버질 아블로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또한 뉴욕 타임즈의 기고자가 되고,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하기 시작했다. 선더스는 이미지 큐레이션을 정규화하고 대중화한 텀블러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시대에 앞서 축적된 취향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줬다. 개인의 취향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 크리에이터이코노미로 흐르는 그 시작점에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와 같은 흐름으로 인해 소비가 취향의 주체가 되는 사회현상이 만연하다. 나는 다르고 특별한 취향을 가졌다는 사람들의 취향이 같은 방향성을 뛰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같다고 말하는 것을 거부하게 된 것 또한 역설적이게도 이 흐름 속에 있다. 같다는 말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건지에 대해 함의가 되지도, 될 수도 없는 결정과도의 시대. 왜 우리는 취향으로 인정받으려고 하게 되었나?
작가가 아닌 큐레이터, 기획자의 자리가 커지면서 상품, 서비스, 콘텐츠를 어떻게 브랜딩하고 기획하는지에 따라 '취향'은 변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보고 듣는지, 어디를 갔고, 무엇을 샀는지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에 곧 소비가 취향의 주체가 되었다. 어느 순간 취향이라는 말이 싫어져서 취미공동체라는 대체어까지 찾게 되지만, 취향이라는 말이 싫어지는 부분 또한 그 방향을 같이한다. 나는 이 현상을 거부할 수 있을까? 항상 누군가의 의도 밖에서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뭔들 본질과 허상을 나눌 수 있겠냐마는. 이 물음 속에서 한 영상을 소개하고 싶다.
이 영상은 1000일 동안 같은 옷을 입으며, 보여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는 삶에 대해 말한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가치인 사람도 있고, 보여지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들도 있다. 다만 취향, 큐레이팅, 감성 등 단어들이 왜곡되고 있는 지금으로선 중요한 가치를 찾는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정답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것을 먹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것들을 어떻게 접했고, 왜 좋았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남들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애초에 그릇이 넓어야 하나? 어렸을 때 나는 항상 구독용 계정을 만들어 나만 알고 싶은 것들을 모아놓곤 했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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