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데이터의 축적이지만 편향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은 인공지능이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과 같다. 즉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 이 주장은 푸코가 근대를 '불연속적인', '일시적' 효과이자 구성물로 보았다는 점과 일치한다. 그 뒤를 화이트헤드의 사변적 철학과 들뢰즈의 유기체, '되기'의 문제로 이동하며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구조의 '바깥'은 어디에 있나. 또 다른 진리 찾기의 매몰일 수도. 그렇지만 이것도 데리다가 말했고 반복일 수도 있다. 끊임없이 반복하며 기록을 남기고 후세대를 위해 남겨놓는 것만이 현세대에 할 수 있는 일 일지도. 나중을 믿고 남겨놓는 것이 유일한 탈 구조로 가는 방법일 수도. 미래에 사는 것? ..

1. 아르브뤼란? 브뤼(brut)는 '날 것의', '다듬지 않은' 등의 뜻을 가지며, 아르브뤼란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을 말한다. 1945년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가 정의 내린 개념으로, 아마추어 화가, 어린이, 정신질환자 등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순수한 형태의 미술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아르브뤼는 전통적인 기준과 규범에서 벗어나, 본능과 무의식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2. 아웃사이더 아트 아웃사이더 아트는 영국의 예술 평론가인 로저 카디널이 아르브뤼의 번역어로서 고안한 단어로,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사의 주된 흐름과 무관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장 뒤뷔페는 정신병동의 예술, 영매의 예술, 기타 소외 계층의 예술 등을 통해 아..

어떠한 이론이 패션과 만나면 왜 어떠한 형태, 즉 구조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 패션이 갖는 한계와 그것을 탈피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상현실에서 마저도 원래의 의복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구조나 제도 바깥의 예술을 말하는 이론을 만나도 패션은 왜 의복의 형태에서 크게 달라질 수 없을까? 패션과 버내큘러에 대한 연구는 형태나 아이템 색과 같은 단편적인 것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자전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패션산업에서 나타나는 버내큘러에 대한 특징을 좀 더 유용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패션에 나타나는 버내큘러적 특징은 '색동저고리, 팔각모반을 겹쳐 방패연을 띄우는 모양의 지붕과 처마선의 곡선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며, 녹의홍상의 문화를 기반으로 위아래 다른 색상의..

1. 어글리어스 야채와 채소가 보기 좋아야 할까? 어글리어스는 푸드 리퍼브 브랜드다. 식재료로써 맛과 영양의 문제가 없지만 외형상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나 중량, 크기가 소비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농산물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수확시기에 따라 랜덤으로 농산물을 배달하는 구독 서비스도 함께 운영한다. 어글리어스는 농산물의 외형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시장 구조에 의문을 던지며, 농산물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기준 미달의 농산물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2. 리퍼브 시장 리퍼브란 전시 상품이나 반품, 흠이 있거나 결함이 있는 제품, 과잉 생산으로 인해 판로가 막힌 제품, 이월, 단종 상품 등을 재정비하여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 ..

누가 먼저 발견하냐에 가까운 경쟁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발견되고 싶은 사람과, 발견해달라고 가만히 있는 사람, 발견하는 사람, 발견된 것을 고르고 편집하는 사람, 발견된 것을 보는 사람, 그리고 발견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물론 발견되고 싶지 않음을 마케팅하는 사람도, 브랜드도 있다.) 발견되고 싶은 사람(or 브랜드)은 어떻게 해야할까?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탑셀러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패션쇼를 연다. 당장에 DDP에 패션쇼를 세울 수 없다면 각종 행사나 다른 지역에서 주최되는 패션쇼를 참가한다. 이것도 안된다면 어느 한 공간을 빌리거나 길거리에서 게릴라 패션쇼를 열어도 좋겠다.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 한복 브랜드 지원사업 등 공공기관이나 사기관에서 주최하..

정보글 or 정제된 글만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게으른 바람에... 글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벌써 9월이 되었습니다. 나름 엑셀에다가 주제 정리도 하며 체계적인 업로드 계획이 있었는데요. 역시 뭐든지 과하면 흐지부지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는 걸 깨달았는데요. 과한 확신보다는 과한 의심이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책임감이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원래 고상, 우아, 세련 뭐 이런 말들을 종종 접하곤 해서 질샌더, 코스, 르메르 등과 같은 브랜드를 분석하고, 그 브랜드들의 방향성을 적으려고 했었는데요. '디자이너 질샌더(Jil Sander)가 1968년 런칭한 브랜드로, 197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첫 여성 컬렉션을 공개하며 그 시작을 알렸..

크리에이터이코노미란 소비자와 크리에이터가 직접 연결돼 크리에이터가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감성과 취향이 자산이 되고, 큐레이팅 능력만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인스타그램이나 개인 블로그 등 감각적이고 느낌 있는 이미지를 주욱 늘어놓기만 해도 자산이 된다. 그 시작에 JJJJOUND가 있다. JJJJOUND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디자이너, 큐레이터, 크리에이티브인 저스틴 선더스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자동차, 패션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이미지를 편집하여 올려두던 개인 블로그다. 선더스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제목이나 글을 없애고 오로지 이미지만 업로드했다. 이러한 무드보드 형식의 블로그는 곧 유명해졌고, 매튜 윌리엄스, 버질 아블로와의 인연..

ⓒvimeo 로스앤젤레스에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도시 전체가 집인 그들이 몸을 누일만한 곳은 사실 아무 데도 없다. 벤치와 정류장은 침대로 사용되었고, 이에 국가는 벤치를 둥글게 만들거나 팔걸이를 만들어 잠을 자거나 눕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도시의 안전 및 보안, 미관 등을 위해 드러나는 다양한 관계성에 대해 탐구로 시작된 Archisuit는 공공 공간의 역할에 대해 제안한다. 사라로스의 Archisuit는 로스앤젤레스의 특정 공공 구조물을 위해 만들어진 옷으로, 2005년 처음 선보였다. 이 옷을 입은 사람은 팔걸이 등으로 눕지 못하게 만들어진 공공 벤치에 누울 수 있다. 즉, Archisuit는 어떠한 접근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물에 적합하거나 그것에 적합하게 할 수 있..

산업혁명 이래,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인공적 상상력은 국가 통치나 정치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술이 미래를 형성하는 데 미치는 역할을 고려할 때, 미적 교육, 예술 창작, 정치와 관련된 더 넓은 맥락 안에 놓여야 한다. 기술과 미디어에 기반한 예술은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려고 시도하지만, 더 많은 이미지를 만들고,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관점에 사로잡혀 알고리즘을 이용한 인공적 상상력은 수학적 무한에 머문다. 상상력이란 단순히 이미지의 생산에 국한되지 않아야 하며, 단순히 계산에 기반한 선점적 논리에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계산 이후의 창의성에 대한 물음을 던져 인공적 상상력이란 이미지의 생산이 아니라 이미지 너머의 통로에 대한 것으..

1. 그린워싱이란? green + white washing의 합성어,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제로는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지만, 허위, 과장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친환경적인 특정 속성만을 강조하여 다른 속성의 영향은 감추는 상충 효과 감추기, 광범위하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용어 사용으로 애매모호한 주장을 하는 것, 내용물은 친환경과 무관한데 용기나, 포장지가 재활용된다는 이유로 친환경 제품으로 표기하기 등이 포함된다. 2. 패션과 ESG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KET' 등 옷을 새롭게 사지 말고 옷을 오래 입자는 REDUCE, 리바이스의 'LEVIS SECON HAND' 등 중고제품을 팔거나 기부하는 REUSE, 트럭 방..

자크데리다는 어떠한 가치의 중심부와 주변부의 대립에서 사실 경계선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에 울타리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경계선이 가지고 있는 양가적 특성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중심부와 주변부의 가치가 같아지거나 역전되는 경우를 표현한다. 더하여 중심부와 주변부는 변증법을 통해 동일한 지위를 가지게 되며, 주변부에 대한 주변부의 주변부 또한 동일한 지위를 얻게 된다. 무한히 확장되는 주변부는 나름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데, 이는 중심부만이 가치 있다는 관념을 깨버린다. 자크데리다의 해체사상은 이렇듯 경계선의 철학적 역할에 대해서 탐구한다. 예를 들어 예술작품과 액자의 대립에서, 칸트는 "작품의 예술성을 가리는 천박한 액자가 있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데리다에 의하면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

산독기룩 모음. 산독기룩의 모든 것. 독기가득한 브랜드 4가지. 1. Barragán 멕시코 시티 출신의 디자이너 Victor Barragan이 설립한 브랜드. 에로티카의 영감을 받았다. 명백한 것보다 혼란스러운 것을 훨씬 더 흥미로워하는 Barragan은 의류뿐만 아니라 비정형적인 예술, 스타일, 사진, 퍼포먼스를 접목하여 기존의 시도되지 않았던 이미지를 제안한다. 기존의 실루엣에서 새로운 실루엣을 발명하여 디자인적 요소를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동시에, 성별과 민족적 다양성을 지지하며 전 세계의 단합에 대한 생각을 지지한다. 2. Ludovic de Saint Sernin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Ludovic de Saint Sernin이 설립한 브랜드. 금기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

오늘 문득 쌀쌀해서 지난 몽골 여행에서 산 캐시미어를 꺼내 입었다. 근데 반폴라 반팔티라 단독으로 입기엔 너무 춥고, 또 외투를 걸치기엔 보온성이 너무 좋은 바람에 결국 벗고 면티로 갈아입었다. 아 외투를 입으면 캐시미어를 입은 부분에만 땀이 찬다고! 누가 왜 캐시미어를 반팔로 만들겠다고 생각한걸까. 단독으로 입기엔 팔부분이 서늘하고, 그렇다고 이것저것 레이어드 해서 입기엔 캐시미어만의 보온성과 특징(약간 따뜻하면서 쿨한 느낌ㅎ)을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덥기도 덥고. 1. 캐시미어란? 카슈미르 지방, 인도 북부, 티베트, 이란 등에서 기르는 캐시미어 산양(염소)의 연한 털을 사용하여 능직으로 만든 것으로 양모보다 탄성과 신축성, 윤기 등이 뛰어나다. 또한 가는 섬유로 인해 매우 부드럽고 가벼우며 보온..